코라로우-글 연습용 단문
"커헉, 큭, 헉...!"
로우는 자신의 목을 조르고 있는 손을 상처 많은 손가락으로 긁어댔다. 하지만 불안감에 물어뜯은 손톱은 이미 너무 짧아져 그에게 작은 생채기조차 낼 수 없었다. 삐쩍 골아 손가락 뼈가 눈에 보일 정도로 튀어나온 손이 점점 로우의 목을 압박해 나갔다. 물이 찬 시야 끝에는 자신보다 몇 배나 더 커 보이는 남자가 홀쭉한 얼굴을 기괴하게 비틀며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돈키호테 패밀리는 지금 한창 전투에 들어가 있다. 이번에 전투 중인 조직은 꽤나 실력이 출중한 모양인지, 그 유명한 돈키호테 패밀리마저도 함정에 빠트려 고전하게 만들었다. 체구가 작은 로우는 금방 표적이 되어 공격을 당하게 되었고, 돈키호테 패밀리에 들어온 지 한 달 채도 되지 않은 로우의 싸움 실력은 평범한 어린아이에 불과했다. 배경에 끊임없이 들려오는 총 난사 소리와 사람들의 비명 소리, 폭탄이 터지는 소리가 얼마 전의 기억을 떠올리게 했다. 그날의 트라우마가 머릿속에 자동 재생되며 그의 몸을 떨게 만들었다. 살려달라 애원하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그의 고향이 멸망한 날의 기억과 겹쳐 그를 서서히 죄여 왔다. 공기가 부족해져 머리가 멍해지는 가운데, 로우는 그날의 감정을 떠올렸다. 모두 망가트리고 싶어. 살고 싶다는 마음 보다, 세상을 원망하는 마음이 앞서 그를 움직이는 원동력이 되었다. 로우는 오른팔을 뻗어 바닥에 내동댕이 쳐져 있는 무언가를 손에 쥐었다.
푸욱!
"으아아악!!!!!"
있는 힘껏 휘두른 팔이 곧 남자의 손목에 직격 했다. 로우의 손에 쥐어진 것은 깨진 유리 파편의 조각이었다. 미친 듯이 떨리는 손이 유리 조각을 놓치지 않겠다는 듯 손안에 쥔 파편을 더더욱 세게 쥐었다. 투명한 유리 조각에 붉은 핏방울이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점점 세게 쥐는 손의 강도만큼 날카로운 단면이 로우의 손 안을 파고들었다.
로우는 남자의 배 위에 올라타 남자의 가슴 정 중앙을 내리찍었다. 사방으로 튀는 피가 로우의 얼굴 이곳저곳에 묻었다. 이마 아래로 흘러내린 남자의 피가 눈꺼풀 아래로 스며들었다. 피로 물든 눈 한쪽이 충혈된 것처럼 보였다. 남자의 살갗을 뚫고 들어가던 유리조각은 딱딱한 무언가에 의해 막히고 말았다. 뼈가 훤히 다 드러나는 남자의 체형 덕분에 로우는 유리가 무엇에 의해 막혔는지 한 순간에 알 수 있었다. 고통스럽게 울부짖는 남자에게서 유리조각을 빼낸 로우가 남자의 목 가까이에 파편을 대었다.
'이 수술은 여기를 통해서 하는데, 근처에 경동맥이 있어서 조심해야 돼. 경동맥은-'
로우는 아버지에게서 배운 의학 지식을 사용해 경동맥의 위치를 정확하게 짚어냈다. 쉰 목소리로 살려달라 발버둥 치는 남자 때문에 로우는 손을 움직이지 않았음에도 파편은 그의 목을 파고들었다. 둘의 피가 뒤섞인 물줄기가 로우의 손을 적셔갔고, 남자의 비명은 멈추지 않았다. 사람을 살리는 지식으로 사람을 죽이는 상황이 정말 아이러니하다.
'의사가 뭐냐고? 의사는 사람을 살리는 직업이란다, 로우.'
다정한 어머니의 목소리가 그의 머리를 훅 치고 들어왔다. 로우의 눈에 고인 남자의 피가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붉은 자국을 남기고 지나간 핏방울이 이내 남자의 목울대에 떨어졌다. 시야가 붉게 물들었다. 그때 나는 무슨 말을 했던가. 핏줄기는 계속해서 그의 눈에서 흘러내렸다.
나도 의사가 되고 싶어!
탕-
엄청난 양의 피가 튀었다. 피범벅이 된 로우가 남자를 봤을 땐 그의 머리는 이미 파편의 반대쪽으로 돌아가 있었다. 목이 꺾인 채로 눈을 뜨고 있는 남자는 파편이 목에서 떨어져 나가 그런 것인지, 더 이상 비명을 지르지 않았다. 남자의 머리에는 이질적으로 생긴 구멍이-
거대한 손이 그의 시야를 가렸다. 암흑으로 변한 시야 덕분에 로우는 온몸에 전해져 오는 떨림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는 비로소 자신이 떨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로우는 피가 응고되어 끈적해진 유리조각을 떨어트렸다. 상처를 막고 있던 물체가 떨어져 나가자, 상처에서 새어 나온 나온 피가 바닥으로 후두둑 떨어졌다.
"사일런트(silent)"
저음의 목소리를 시작으로, 세상의 모든 소리가 소멸했다. 작은 로우의 등에 누군가 손가락으로 글자를 적었다.
울지 마.
정체불명의 손 너머로 붉은색 핏방울이 로우의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