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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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au 초등학생 조로와 중학생 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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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넓은 여름 하늘엔 구름 한 점 없었다. 그 많은 공간을 차지하는 건 눈 부신 태양 뿐이었으며, 따갑도록 내리쬐는 태양에 아스팔트의 온도는 계속해서 상승했다. 거리를 거닐고 있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반팔 차림에 그것도 모자라 땀을 뻘뻘 흘리고 있었다. 불어오는 바람은 시원하기보다 오히려 미지근했으며, 태양을 가려주는 구름 하나 없으니 로우는 그야말로 죽을 맛이었다. 

 

이런 날씨에 걸어서 심부름이라니, 당장 걸어서 5분 거리도 안 되는 편의점도 지금 나가라 하면 나갈 사람이 없을 텐데. 평소 쓰고 다니는 모자를 부채처럼 흔들며 로우는 생각했다. 하필이면 오늘 자전거 바퀴의 바람이 빠져버렸다. 이 날씨에 굳이 힘들게 펌프질 하고 싶지 않았기에 그냥 걸어서 다녀오겠다 했는데, 역시 펌프질을 하더라도 자전거를 타는 게 옳은 선택이었다. 로우가 하나 간과한 점이 있다면, 그건 바로 그의 집이 오르막길에 있단 점이었다. 이 많은 짐을 들고 오르막길을 올라가라? 그건 지옥 그 자체였다. 더위에 약한 그라면 더더욱.

 

로우는 까마득한 오르막길을 올려다보며 포기한 듯 한숨을 쉬었다. 어디 쉴 곳이 없나 두리번거리던 로우는 근처에 있는 벤치 하나를 발견하곤 그곳으로 종종 뛰어갔다. 나무를 등지고 있었기에 그늘진 곳이었다. 파릇파릇한 나뭇잎의 그림자가 바람에 맞춰 한들한들 흔들렸다. 로우는 벤치의 먼지를 대충 털어내곤 쓰러지듯 벤치에 등을 기댔다. 그 옆에 내려놓은 비닐봉지 몇 개가 나뭇잎 나부끼는 소리와 함께 흔들렸다. 

 

로우는 비닐봉지에서 아이스크림 한 개를 꺼내 깨물었다. 아이스크림 특유의 차가운 느낌이 입안을 가득 매웠다. 로우는 열을 식히며 분주하게 움직이는 사람들에게 시선을 옮겼다. 미니 선풍기를 들고 다니는 사람도 있었으며, 자신과 똑같이 입에 아이스크림을 물고 있는 사람, 광고 전단지와 함께 받은 부채를 흔들고 있는 사람, 곧 쓰러질 듯 비틀거리는 사람 등, 모두 각자의 방법으로 더위를 버티고 있었다. ...비틀거리는 사람? 시선이 그 중 유독 눈에 띄는 사람에게 꽂혔다. 녹색 머리칼을 가진, 초등학생 정도 돼 보이는 남자아이가 땀을 폭포수처럼 흘리며 로우가 앉은 쪽을 향해 비틀비틀 걸어오고 있었다. 

 

철푸덕

 

벤치 바로 앞까지 온 아이는 그대로 아스팔트 바닥에 쓰러져버렸다.

 

"!!!"

 

먹던 아이스크림을 떨어트릴 뻔한 로우는 당황하며 아이를 흔들어보았다. 손바닥에 땀이 흠뻑 묻어났고, 회색 바닥에 떨어진 땀방울은 금세 연해지고 있었다. 다행이도 로우의 부모님이 의사인 덕에 로우는 열사병에 대한 대처법을 잘 알고 있었다. 실제로 해보는 것은 처음이기에 심장이 벌렁벌렁 뛰었지만, 제가 앉아있던 벤치를 비우고 아이를 그곳에 눕히기까지 로우의 행동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었다. 심부름 봉지를 뒤져 나온 캔 음료 하나를 따서 입에 천천히 흘려보내자, 아이는 느리지만, 확실히 그것을 받아 마셨다. 근처 공원의 개수대에서 손수건을 적셔 이마에 올려주니 소년이 정신을 차린 듯 신음했다.

 

"으으..."

"어이, 정신이 드나? 이게 몇 개로 보여?"

"...두 개?"

"후우... 정상이군."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로우는 바닥에 쪼그려 앉았다.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식혀뒀던 몸이 공원까지 뛰어갔다 오느라 다시 뜨거워졌다. 먹던 아이스크림은 녹아내린 지 오래였고, 아마 비닐봉지 안에 있는 아이스크림도 똑같은 상황일 것이다. 꼬마는 몸이 회복된 건지 비척비척 자리에서 일어났다. 로우는 현기증이나 무기력함, 두통 등을 확인하곤 아이한테 먹였던 반쯤 남은 음료수 캔을 손에 쥐여주었다.

 

"열사병에 대한 걸 학교에서 안 가르쳐주나? 아니, 애초에 이렇게 될 때까지 밖에 있던 이유가 뭐냐. 네 부모는 어디 있지? 미아인가?"

 

로우는 상태가 와전된 남자아이에게 질문을 쏟아냈다. 타박하는 것 같기도 하고, 걱정이 담긴 것 같기도 한 목소리였다. 아이는 그 말을 무표정으로 음료를 마시며 묵묵히 듣고 있었다.

 

"미아가 아냐. 내가 길을 잃은 게 아니라 길이 날 잃은 거라고."

 

퉁명하게 말한 아이의 말에 로우는 잠시 벙 쪄있었다. 내가 지금 뭘 들은 거지? 저게 무슨 내가 옷을 입는게 아니라 옷이 날 입는다는 것 같은 소리인가. 아직도 더위를 먹은 걸까? 로우는 그렇게 생각하며 아이의 이마에 손을 대보았지만, 여름이라 온도가 조금 높은 것 빼고는 아무 이상도 없었다. 혹시 제가 더위를 먹어 잘못 들은 건가 하며 제 이마에도 손을 대보고 눈앞에 손가락도 흔들어 보았지만 달라지는 건 없었다. 

 

"...뭐라고?"

"동네를 이렇게 헷갈리게 설계해 놓은 잘못이야."

"..."

 

순간 어린애들은 다 이런 건가 생각을 해 봤지만, 라미는 이 정도까진 아니었기에 로우는 그냥 이 아이가 고집이 쎈 거라 생각하기로 했다. 

 

"그래서 부모님은 어디 계신대?"

"오늘 새벽에 나 혼자 공원에 운동하러 나온 거라 아직 집에 계실 거야."

"...새벽?"

 

로우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해가 중천에 뜬 것이, 점심이나 그 이후인 게 분명했다. 그보다 노인도 아니고 초등학생이 새벽에 운동하러 나온다니 듣도보고 못 한 일이었다. 여러모로 상식을 벗어난 아이의 행동에 호기심이 일었다.

 

"집은 어딘데."

"여기 위. 너는?"

"나도다. 그보다 부모님이 걱정하고 계실 텐데 빨리 가는 게 어떤가? 몸 상태도 괜찮아 보이는데."

"별로 걱정 안 하실걸. 이런 적이 한두 번이 아니라."

 

그래도 괜찮은 건가. 짜게 식은 눈으로 그런 생각을 하고 있자니, 녹색 머리의 아이가 비닐봉지 몇 개를 들어 올렸다. 

 

"너도 여기 산다며. 도와줄게. 너도 나 도와줬잖아."

"...네가?"

 

로우는 제보다 한참 작은 아이를 흩어보았다. 이런 조그만 한 아이가(정작 로우 본인도 아이다) 자신을 도와준다니 귀엽기도 하고 재밌기도 해서 무심코 웃음이 나왔다. 그 소리를 들은 건지, 아이가 미간을 찌푸리며 뚱한 얼굴로 로우를 째려봤다.

 

"뭐."

"아니, 아무것도 아니다."

 

로우는 나머지 봉지를 들어 올렸다. 아까 들어보니 한 고집 하는 것 같던데 어차피 말려봤자 들을 것 같지도 않았다. 

 

"이름이 뭔가?"

"조로. 롤로노아 조로."

"그래, 조로야. 냉동식품이 몇 있어서 그런데 우리 집에 먼저 가도 괜찮겠나?"

"그러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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