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X
보름달과 금방이라도 쏟아질 듯 커다란 별들이 어둑한 하늘을 밝히고, 어둠에 물든 구름 사이사이로 차가운 빛이 스며들었으며, 그걸로도 모자라 촘촘히 쏟아져내리는 빛이 물결치는 바다에 새하얀 보석들을 콕콕 박는다. 서늘한 밤공기는 타오르는 듯 한 연회의 열기에 그 자취를 감춘 지 오래다. 나무로 된 잔에 담긴 술이 잔의 움직임에 따라 멋대로 달빛과 섞이다, 이내 반동을 주체 못 하고 허공에 튀어 오른다. 여러 개의 술잔이 부딪히는 소리를 내며 주변의 시끌벅적한 웃음소리에 녹아든다.
"""막내를 위하여!!!"""
해적들은 벌써 몇 번째인 줄도 모를 구호를 외친다. 술에 취해 잔뜩 상기된 얼굴을 한 채로 시끌벅적하게 떠드는 건 해적이라면 누구나 익숙한 광경이었다.
탁
한참 달아오르기 시작할 때, 그 분위기에 어울리지 않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마저도 연회의 열기에 묻혀 잔뜩 취한 사람들에겐 들리지도 않았지만. 오직 그 소리를 낸 본인의 옆에 있던 선원만이 그 소리를 알아차릴 수 있었다. 바닥에 내려놓은 잔은 텅 빈 것을 눈치챈 선원이 술을 따르려고 했지만, 술을 내려놓은 남자는 간단한 손짓으로 그것을 저지했다. 자리에서 일어난 남자를 눈치챈 다른 흰 수염 해적단의 단원이 그에게 말을 걸었다.
"어, 마르코, 벌써 들어가려고?"
"그려, 어차피 마셔 봤자 몸에서 자동으로 치유되고... 술은 취하려고 먹는 건데 난 취할 수도 없잖어."
"엥, 마르코 술 못 마셔?"
"으하하, 에이스 넌 오늘 들어와서 몰랐겠구나? 마르코의 능력은 알지?"
"악마의 열매 능력 말야? 회복하는 거?"
"그래, 그거 말야! 그게 독에도 반응을 해서 알코올 같은 것도 바로 분해 해버 리거든!! 아~ 널 보니까 추억이 돋네!"
"...혹시 또 그 얘길 할 생각이면-"
"딱 너만 할 때 마르코가 처음으로 술을 마셨는데, 취하지 않는다는 걸 알고 울상을 지었었는데 그게 사진으로도 남아있다니까? 우리 가족 앨범에 있는데-"
퐁
마르코는 새 술병을 따 라쿠요의 입에 밀어 넣었다.
"다 마셔요이."
"웁!! 우우웁, 우웁!!"
"그러게 내가 그 얘긴 꺼내지 말라고 했잖어."
"우웁, 컥!!"
"옳지, 다 마셔요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