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로우 조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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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로우 조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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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 소리, 갈매기 소리, 누군가 소리치는 소리. 귀를 두드리던 세상의 소리들이 나와 함께 파도에 삼켜진다. 먹먹한 파도소리가 바닷물과 함께 귀 안으로 밀려들어 온다. 강제로 목구멍 안으로 밀어 넣어진 짠 액체 사이로 삼켰던 숨결이 부상한다. 파도치듯 온 몸의 힘이 빠져나가 몸부림을 칠 생각조차 들지 않는다. 느른히 뜬 실눈 사이로 익숙한 풍경이 보이며 어두운 심해를 향해, 몸이 쇳덩이를 단 것처럼 계속해서 가라앉는다. 차가운 바다의 온도가 온몸을 휘감아 이대로 눈을 감으라고 속삭인다.

 

눈을 감자, 옷자락이 무언가에 걸린 듯 잡아당겨진다. 누군가의 손길에 의해 손목부터 점점 위로 부상하기 시작한다. 감았던 눈을 뜬다. 어둡고 차가운 심해와는 달리, 파도에 부서진 햇살이 비추는 수면이 보인다. 불투명한 바다를 뚫고 내려오는 빛이 이마 위에 드리우고, 파도의 형태에 맞춰 흔들리는 햇살은 수많은 보석들을 떠올리게 한다. 목숨을 앗아갈 수도 있는 수면 아래가 그 무엇과도 맞바꿀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워 보이는 이유는, 지금 저를 끌어올리고 있는 사내의 탓이겠지. 부드럽게 흩어지는 금발이 태양 빛을 여러 개로 쪼개 후광이 비치는 듯하다. 아름답다. 날 끌어올리는 손길이 하늘에서 내려온 구원의 손길처럼 느껴질 정도로.

 

수면 위로 끌어올려지자, 심해의 온도보다 차가운 공기에 흉상이 잠긴다. 바다에 빠졌을 때 의도치 않게 물을 들이켰던 것처럼 공기를 들이켠다. 성급히 삼키다 목에 걸린 얼음처럼, 들이마신 공기가 한순간 멈췄다 역류했다. 그가 빛처럼 부서지도록 거세게 끌어안고, 짠 바닷물을 토해낸다. 놀란 듯 비죽 튀어나온 눈물과 제자리를 찾으려는 듯 정신없이 오락가락하는 숨이, 품 안에서 피어오르는 온기에 점점 안정을 찾아간다. 상냥하게 등을 두드려주는 손길에 나도 모르게 그 온기를 더욱 갈망하며 그의 목에 매달린다. 머리 끝에서부터 흘러내리는 물기가 시야를 가린다. 숨을 정리하면서도 괜찮냐고 상냥하게 물어봐주는 목소리가 달콤하다. 물에 젖은 금발을 움켜쥐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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